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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0.01 [도서] 7막7장 그 후 / 홍정욱

 

Incipit

모든 일에는 어찌 그리 합당한 이유와 목적이 있는 것인지

삶의 구석구석이 경이롭지 않을 수 없다

햇살이 손을 덮는다. 프리드먼의 책을 접어 가방 깊숙이 밀어넣는다, 아랍권의 현대 분쟁사를 읽고 있기에는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다. 곁에서 잠드신 어머니의 모습이 소녀처럼 곱다. 초인처럼 역경을 이겨내신 당신이 자랑스럽다.

아름다움은 예술이며, 예술은 삶 속에 재창조된 우주다. 창공, 무한한 공간의 침묵을 가르는 태양의 빛이 더없이 아름답다.

-홍정욱의 <77장 그리고 그 후> 중에서

홍정욱의 자서전 격인 <77>이라는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77>은 홍정욱씨의 대표적인 저서로 93년도에 홍정욱씨가 하버드대학을 졸업하며 출간한 책이다.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밀리언셀러를 기록하였고, 이 책으로 인해 우리나라에 조기유학 붐이 일어나기도 했다.

내가 읽은 책은 <77>의 내용에 그 후라는 내용을 더해 출간한 책으로 <77>의 개정판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이 책에는 <77>을 출판한 후 여러 사람들의 대한 자신의 평가에 대하여 본인의 생각도 적었고,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난 후의 일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당시 어린 나이에 77장이라는 책을 읽고 나 역시도 막연히 미국을 동경하게 되었고, 공부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그건 생각만으로 그쳤다. 나는 공부를 멀리 하게 되었고 미국은 여행으로 다니게 되었으니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홍정욱이라는 인물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홍정욱씨는 어렸을 적 캐네디 대통령을 동경했다고 한다. 그러한 영향을 받은 홍정욱은 유복한 가정과 본인의 열정이 더해져 캐네디 대통령이 졸업한 초우트 로즈마르 홀로 유학을 갈 수 있었고, 그곳에서 또 부단히 노력하여 하버드 대학교에 조기입학을 한다.

대학 졸업후에는 스탠퍼드 대학교 로스쿨을 거쳐 월스트리트에서 M&A전문 변호사로 일했으며, 실리콘 밸리에서 벤처기업을 운영하기도 했다. 병역을 마친 홍정욱은 헤럴드를 싼 값에 인수하고 3년만에 흑자전환하는데 성공한다.

이후 헤럴드를 운영하며 국회위원으로도 지냈으며, 현재는 올가니카라는 기업의 대표로 있으며 올재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이렇게 짧은 몇 줄로 홍정욱씨의 삶을 다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책한권으로도 그의 유학시절을 다 이야기할 수 없는데 그 후로도 몇십년이 흐른 지금의 그의 삶을 다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그런 홍정욱씨의 딸이 요즘 화제이다, 홍정욱 딸이 마약 숨겨오다가 검색대에 적발되어 체포된 것이다. 홍정욱씨의 장녀로 알려져 있는데 그 딸도 하버드 대학을 나왔던 나온 모양이다, 홍정욱씨는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본인의 불찰이라며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기도 했다.

참 안타깝다. 홍정욱씨의 77장을 읽고 어린 마음에 미국도 동경해 보고 공부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며 학창시절을 보낸터라 그 마음이 더 안타깝다. ( 물론 본인은 아쉽게도 공부는 못했다.)

안타까운 이 기사를 접하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홍정욱씨가 지금 77장을 다시금 쓴다면, 그래서 현재의 삶을 책으로 이야기 한다면 지금의 일들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를 할까 말이다.

젊었을 때는 본인의 삶을 위해 열심히 앞만 보며 살아왔다면, 이제는 아버지라는 이름으로도 살고 있을 터인데 아버지로써의 홍정욱은 어떻게 살고 있는 참 궁금하다.

홍정욱씨는 77장을 출간하고 세월이 흘러 77장이 참 부끄럽게 느껴진다고 인터뷰한 바가 있다. 또 그 때문에 그 책을 절판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내가 만약 홍정욱씨라도 그랬을 것 같다. 그러나 그 책으로 인해 수많은 학생들이 공부에 대한 열망을 가진 것도 사실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하버드대학을 알게 해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이책을 좋아한다. 가끔씩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이책을 읽어본다. (물론 그 마음이 금방 무너지고 티비를 보고 있는 내 자신이 한심스럽긴 하다.)

개인적인 바람으로 기회가 된다면 홍정욱씨가 77장이라는 책을 다시 한번 썼으면 좋겠다. 유학생 시절의 홍정욱이 아닌 아버지로서의 홍정욱, 정치가 였던 홍정욱, 그리고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궁금하기 때문이다. 젊었을 적 캐네디를 동경하며 치열하게 살아왔던 홍정욱이라는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떻게 마무리를 하고 있는지 책을 통해 만나봤으면 싶다.

그런데 그 책이 나왔을 때에는 나 역시도 나이가 제법 들었을텐데, 그때의 나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 있을지, 또 어느 자리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때에는 그 책을 읽으며 나 역시도 열심히 살아왔어 라고 생각하고 있진 않을까?

 

 

Posted by 제이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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